윤석열 대통령의 나토회의 순방 국가에 우크라이나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순방 일정 브리핑에서도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에 대해서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방문은 폴란드 현지에서 우크라이나 출발을 대략 2시간 정도 남긴 시점에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외국 순방 중이라도 국내에서 기상이변 등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일정을 단축해 조기 귀국하는 것이 관례이자 상식이다. 건데 이번에는 폭우로 수십 명의 국민들이 죽어가는 데도 예정에 없던 일정을 잡아 귀국을 늦추고 우크라이나로 향한 것이다.

러시아 공군의 격추 우려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키이우로 직행하지도 못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까지 이동하는 데 항공기와 차량, 열차 등을 모두 이용해야 했다. 바르샤바에서 키이우까지 가는 데 14시간이 걸렸고, 돌아오는 데 13시간이 소요됐다. 키이우 체류시간은 11시간에 불과했다.

갑작스런 우크라이나 방문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은 "그때가 아니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또한 "당장 한국으로 뛰어가도 그 수해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기에 대통령이 수시로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답변 내용이 빈약하고 궁색하다. 아시아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굳이 전쟁 중인 유럽의 우크라이나를 방문해야 할 의무는 없다.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수해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일정을 또 잡았다는 말은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소견에 지나지 않는다.


오가는 데 27시간이나 허비하며 반드시 우크라이나 현지로 가서 정상간 협의해야 할 특별한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젤렌스키는 난데없이 윤 대통령이 온다기에 전투용 무기 원조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을텐데, 기존에 보내던 지뢰제거기를 좀 더 보내주겠다고 하니 낙심했을 것이다. 김건희 씨는 우크라이나 피난민 그림을 한국에서 전시해 모금 활동을 하자는 한가한 소리나 늘어놓고 있었다.

일각의 주장처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해도 안위를 무릅쓰고 전쟁 중인 국가를 굳이 방문할 필요는 없다. 전쟁 피해 복구는 거의 이윤 없이 진행하는 게 관례인데, 우리 기업들이 선뜻 나설지도 의문이다. 그보다는 러시아를 적대시하며 '생즉사 사즉생' 운운하는 바람에 당장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의 안전과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폭우로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급박한 와중에 대체 예정에도 없던 우크라이나를 왜 간 걸까. 김건희 씨가 우크라이나 방문을 주장했을 공산이 크다. 김건희 씨는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으로 국내 여론이 악화 일로에 있자, 귀국을 늦추어 이슈 전환과 분위기 반전을 위한 시간 끌기를 시도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번 나토회의에서 젤렌스키는 리투아니아를 직접 찾아와 나토 가입 승락을 호소했으나 회원국들은 냉정하게 거부를 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와 전쟁 확산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런 국제적 분위기 속에 쓸데없이 우크라이나를 찾아가 러시아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으니 개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