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림은 맞고 김만배는 틀리다

박태환 승인 2023.09.09 01:54 | 최종 수정 2023.09.10 07:07 의견 0
김만배와 신학림

요새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이다. 대통령실은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언론의 본령에서 벗어난 일탈행위'라며 폐간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김만배가 이재명을 지난 대선에서 당선시키기 위해 뉴스타파 전문위원으로 있는 신학림을 불러내 대장동 사건의 몸통이 윤석열인 것처럼 허위 인터뷰를 하고 그 대가로 1억6500만원을 건네 보도를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팩트가 맞지 않는다.

우선 신학림은 김만배와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니다. 인터뷰라면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큰일난다. 비밀이다"란 말을 반복했겠는가. 언론계 선후배 사이에 대화를 나눈 것에 불과하다. 또한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만나자는 요청을 한 게 아니다. 신학림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고, 김만배는 신학림이 몰래 녹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또 김만배는 신학림에게 건넨 1억6500만원에 대해 "신학림이 10년 전부터 써오던 3권 분량의 원고 판권을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측을 해보면, 대장동 개발로 떼부자가 된 김만배는 언론계 선배인 신학림이 "대장동에 관해 물어볼 게 있다"며 갑자기 연락을 해오니 "용돈을 좀 달라"는 뜻으로 해석을 하고 책값을 '후하게' 쳐준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타파가 '허위보도'를 했다는 주장도 팩트가 맞지 않다.

2011년 대검중수부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1000억 원 이상을 대출해 준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할 당시 대출 브로커로 수사망에 올랐던 조우형이라는 인물이 있다. 검찰의 1차 소환조사를 받은 조우형이 김만배를 찾아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자, 김만배는 평소 친분이 있던 박영수 전 특검을 변호사로 선임을 해준다. 며칠 후 박 전 특검은 김만배에게 전화를 걸어와 “(조우형이) 벌벌 떨고 있더라. (검찰에) 들어가서 차나 한 잔 하고 오라고 해”라고 안심시킨다. 이후 2차 검찰 조사를 받은 조우형은 무혐의로 검찰수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걸 당시 뉴스타파가 보도를 했는데,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은 왜 이제 와서 '허위보도'라고 주장하는 걸까. 당시 보도했던 뉴스타파 영상과 최근 공개된 72분 전체 녹음 파일을 비교해 보면, 전체 녹음 파일에선 조우형이 박모 담당 검사를 만났고, 커피는 직원이 타준 것으로 나온다. 건데 당시 뉴스타파는 마치 조우형이 윤석열 주임검사가 타준 커피를 마신 것처럼 보도한다. 즉, 수사를 받으러 간 조우형이 담당 박모 검사를 만났고 직원이 커피를 타준 거라는 김만배의 발언을 삭제 방송한 것이다.

이걸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사건'이자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고 할 수 있을까. 김만배의 소개로 박영수를 변호사로 선임한 조우형은 "가서 커피나 한 잔 하고 오라"는 말을 듣고 검찰에 출두했더니 1차 조사 때와 달리 조사는 받지 않고 커피만 마시고 왔으며 이후 사건이 무마되었다는 게 핵심이다. 뉴스타파는 '허위보도'를 한 게 아니다.

따라서 윤석열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사건 무마 의혹에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담당 박모 검사는 주임검사인 윤석열의 지시를 받고 조우형에 대해 조사 대신 커피를 타서 먹이고 돌려보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박영수의 밀착 관계는 국민이 익히 아는바, 이런 합리적인 의심이 사실이 아니라면 특검을 수용하면 된다.

국민의힘은 뉴스타파 외 관련보도를 한 MBC 등 7명의 기자를 고발했고, 검찰은 10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대통령실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정치공작적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조직적 체계적으로 기획된 대선 선거 공작이다"라고 단정하고 있어 최종 타켓은 '이재명'이라는 걸 알 수가 있다.

하여간 김만배는 아니다. 설사 김만배가 이재명에게 호의적이라 쳐도 그는 아니다. 김만배는 6개월 전에 나눈 대화로 신학림에게 이용을 당한 셈이다. 그땐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서기도 전이다. 검찰은 두 번이나 구속 당하고 자신의 목에 칼질까지 한 김만배를 더이상 괴롭혀서는 안된다. 단순 배임으로 이렇듯 반복적인 수사와 구속은 검찰의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다. 법원이 검찰의 구속연장 요청을 기각하고 석방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차라리 신학림을 겨냥하라. 부동산 개발로 수천억원을 번 김만배가 그까짓 책장사를 원했겠는가. 억대의 금품이 오고간 전모가 드러나야 한다. 또한 뉴스타파가 대선 직전에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해서 공정 선거를 훼손시켰다는 주장에는 이의가 없다. 뉴스타파가 대선 3일 전에 보도를 강행하는 결정에 신학림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가 요구된다.

더불어 뉴스타파가 핵심적인 부분에서 짜깁기 편집을 한 것에 주목한다. 뉴스타파 측은 편집상의 실수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실수를 할 수도 없고, 실수를 해서도 안되는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박영수를 변호사로 선임한 조우형이 "'가서 커피나 한 잔 하고 오라'는 박영수의 말을 듣고 검찰에 출두했더니, 윤석열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주어 마시고 사건이 무마되었다"는 게 윤석열의 낙선을 바라는 측이 퍼뜨려야 할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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