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세포적인 김두겸 시장의 기업인 흉상건립 계획

박태환 승인 2023.06.02 10:28 | 최종 수정 2023.06.04 10:50 의견 0
김두겸 시장이 31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울산시


김두겸 시장이 250억원을 들여 기업인의 흉상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해 물의를 야기하고 있다. 수 백 억원의 막대한 시 예산이 소요되는 데도 공청회 등 시민 의견 수렴도 하지 않았다. '기업인 흉상 건립'이라는 이 어리둥절하고 난데없는 구상에 대해 유족 측과 협의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관련 법 조례도 상정 전이다. 김 시장이 무모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김 시장은 울산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최종현 SK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의 대형 흉상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러시모어산 국립공원 내 '큰 바위 얼굴' 조각상처럼 울산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표출한다.

러시모어산 국립공원 내 '큰 바위 얼굴'은 미국을 탄생시키고 이끈 네 명의 미 대통령 조각상이다. 민주국가의 탄생을 위해 헌신한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안한 토머스 제퍼슨, 남북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끌어 모든 인간의 자유를 지킨 에이브러햄 링컨, 파나마운하 구축 등 미국의 입지를 세계적으로 격상시킨 시어도어 루즈벨트 등 네 위인의 초상이다.

이런 취지로 굳이 흉상을 만들어 울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삼겠다면, 대상은 울산과 연고도 희박하고 계층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는 대기업 사주가 아니다. 시민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하는 울산 출신의 역사적 인물이나 의인이어야 한다.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발전시킨 학자 최현배, 단편소설 '갯마을'을 남긴 단편문학의 대가 오영수, '타향살이'를 불러 시민들의 애환과 향수를 달래준 대중가수 고복수, 그 누구보다 대한광복회 총사령으로 활동한 항일 독립운동가 박상진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시장은 흉상 건립이 울산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다소 많은 시비가 투입되지만 기업 유출을 막고 재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어 투자 대비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해방 이후 6·25 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된 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IMF 외환위기를 딛고 글로벌 경제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경제 반등을 이룬 우리 기업들이다. 오늘날 한국을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주역인 현대· SK ·롯데 중에서 선친 흉상 유무로 철수나 재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한심한 기업이 어디란 말인가.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미국· 독일·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리는 우리 기업들이다.

금번 김 시장의 시민 동의 절차 없이 추진하는 대기업 사주 흉상 건립 계획은 110만 광역시를 이끌 막중한 책무를 지닌 수장의 발상치고는 지극히 단세포적이다. 김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고난한 삶의 무게를 헤아리는 보편적 정책에 보다 집중하길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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