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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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2 11:48 | 최종 수정 2024.10.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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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정 감사를 하는 제도이다. 국회의원들은 울산시의 업무 상황을 감독하고 조사하기 위해 먼길을 달려왔다. 따라서 단체장은 그들의 질의에 소상하게 답변하고 조언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구나 그들은 국가 예산집행권을 가진 신분이니 단체장은 울산시민의 이익을 위해 예의를 다해야 한다.
어제 있은 울산시 국감 현장은 정반대였다. 김두겸 시장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의원들의 질의마다 부인하고 반박하기에 급급했다. 울산시민연대는 '울산행정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울산시 국정감사'였다고 평할 정도였다.
어제 의원들의 집중 지적을 받은 울산기업인 조형물 조성, 동해 대왕암공원 앞바다 불상 설치, 세계 최대 성경책 제작 등은 김 시장의 개인적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 수렴을 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김 시장은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답했다. 시의회는 국민의힘이 장악하고 있어 죄다 동색인데, 의원들의 동의만으로 여론 수렴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울주군 온양읍 망양리에 조성된 골프장의 불법 시공과 관련해서 골프장 대표와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김 시장은 취임이후 줄곳 인허가를 초고속으로 해주는 등 유독 친기업 시정을 펼치고 있는데, 인허가가 날 때마다 해당 기업인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가.
김 시장은 민주평통 울산회의에서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빨갱이'라는 구호를 외친 사실이 있느냐는 질의에 "무엇이 잘못되었느냐"고 반문했다. 많이 잘못됐다. 민주평통은 공산당과 빨갱이를 무찌르고 때려잡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 추구를 위해 설립한 조직이다. 거기서 무분별한 극우단체 행동대원도 아니고, 명색이 광역단체장이 공산당과 빨갱이를 때려잡자고 외쳐서야 되겠는가.
김두겸 시장은 직위를 유지하려면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에 대해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야권의 지적에 공감한다. 불통이 지속되면 자질론이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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